[더 라이프이스트-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공부해서 남 주자

입력 2024-03-06 16:33   수정 2024-03-06 16:34


"공부해서 남 주랴"는 말이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학벌을 얻어 출세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있다. 과거 공부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과 같이 열심히 공부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개천에서 시궁창 냄새만 난다’ 자조적인 말이 나타났다. 오히려 공부라는 제도는 낙오자를 양산하는 게임으로 변질됐다. 1% 소수만이 승자독식의 수혜자가 되고, 나머지 99%는 상대적으로 소외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 일반적인 학교 공부뿐만 아니라 기술, 예술, 문화 등 학습을 통해서 자신의 실력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이제 ‘공부해서 남 주자’라는 말로 바꾸어야 한다.

물론 공부는 나를 위한 것이다. 공부를 하는 과정은 남의 머리가 아닌 자신의 머릿속을 채우는 과정이므로 자기에게 이득이 된다. 또한 나를 위한 공부를 하면 마음의 힘이 강해져 버티는 힘이 강해진다. 사람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 인간관계가 더 좋아진다.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해야 결국엔 남을 위하는 사람이 된다. 태양처럼 빛나야 뭇 생명을 살리고, 꽃처럼 향기가 나야 남에게 좋은 기운을 준다. 그런데 공부는 공짜가 아니다. 열정을 다해 찾아내고, 최선을 다해 집중해야 얻을 수 있는 귀한 행동이다. 또한 공부만을 위한 공부, 자신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공부,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공부가 더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부모님들은 "공부해서 남 주니?"’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너도 공부 안하면 저 사람처럼 된다"’는 말도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그러면 취직이 잘 되고 결국 잘 산다는 취지를 덧붙인다. 나를 위한 공부를 남을 위한 지식과 지혜로 바꾸는 건 어떤가? "공부해서 남 주자"로 바꾸고, 어떤 공부든 열심히 해서 나와 이웃, 사회를 위해 일한다면 세상은 좀 더 좋아질 것이다.

더 나아가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문화가 확산되면 다방면에서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 커질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는 수학이나 영어를 잘 하지 못 해도 상관없다. 다른 분야에서 인정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그 방면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물론 공부도 잘하고 다른 것도 잘 하면 더욱 좋겠지만, 사람마다 주특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공부 말고도 자기 자녀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더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남들이 잘 하지 못하는 특정 기술을 가져야 경쟁력이 있는 세상이다. 그리고 좋은 마음가짐을 통해서 그 기술이 남에게 도움이 되면 더욱 더 노력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이 세상은 'give and take' 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설령 나에게 오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기에 손해 보는 게임은 아니다.

공부는 젊은이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년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는 과정은 인생에 좋은 양식이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넘어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의지 자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의미 있는 삶이라는 자각을 하게 한다. 공부를 중단하면 마음이 더 빨리 늙어가고, 공부를 계속하면 마음이 더 젊어진다. 이제부터 내가 공부해서 남 주자.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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